2008년 09월 17일
HP CP1215 컬러 레이저 프린터 체험기.
휼릿-팩커드 하면 어딘지 기업 고객에 전문화된 인상이었는데 개인 사용자 시장에도 좀 더 신경을 쓰려는가 보다. 아무리 보급형이라지만 값비싼 컬러 레이저 프린터를 물경 1,215대나 뿌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모델명이 ‘CP1215’가 아니라 ‘CP12150’이었으면 보통 일이 아닐 뻔했다.
아무튼, 당첨운이 없는 나에게까지 체험 상품이 걸려든 것으로 보건대 이 1,215대라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물량임이 틀림없다. 소정의 체험기를 게재하지 않으면 체험 상품을 압수한다니 어디 한번 먹은 만큼만 뱉어내볼까 한다.

생김새는 예쁘다. 자기 주장이 강하지도 않고 반대로 ‘나는 사무실용입니다’ 하는 것처럼 무뚝뚝하게 생겨먹지도 않았다. 부드러운 모서리 마감하며 제법 아기자기한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차마 ‘귀엽다’고는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덩치가 좀 자이언트하다.

이 녀석은 Canon의 PIXMA iP6000D. 잉크젯 프린터 가운데서는 헤비급 선수다. 처음 본 사람들은 “참 멋진 복합기로군요. 그런데 스캐닝은 어디로 하는 겁니까?”라고 묻던데 이 녀석은 복합기가 아니다. 복합기라고 오해받을 정도의 커다란 덩치. 과연 HP CP1215에 비하면 어떨까?

위에 올라탄 PIXMA iP6000D가 웅크려 있는 CP1215에게 “괜찮아 처음엔 다 그래 오빠 못 믿어?”라며 구스르는 것처럼 보이는가? 아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엄마 등에 업힌 아기’ 내지는 ‘고목나무의 매미’ 같다.
물론 컬러 레이저 프린터가 잉크젯 프린터와 크기를 비교당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원래 컬러 레이저 프린터라는 것은 냉장고라든지 세탁기와 같은 백색가전(……)들과 비교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HP CP1215는, 냉장고와 씨름해도 이길 것 같은 여타의 컬러 레이저 프린터들에 비해 나름 ‘초소형’이라고 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단순함을 곧 아름다움으로 여기는 사용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오는 전면부다. 유사 모델인 CP1518에 비하여 메모리 카드 슬롯이나 여러가지 버튼, 액정 화면 등이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다.



종이가 걸렸을 땐 등짝을 까면 된다. 이제는 종이가 걸려도 토너를 빼내고 이미징 유닛을 들어낸 다음 외과 의사처럼 뱃속을 휘적일 필요가 없다.



아가리를 열고 혓바닥을 잡아당기면 토너를 담은 서랍이 돌출된다. 이것을 열고 닫는 느낌은 자못 미래적이다. 부드럽게 미끌어져 나오고 찰칵하면서 경쾌하게 닫힌다.

앙각으로 본 혓바닥. 매끈한 감광드럼이 살짝 보인다.

각각의 토너 카트리지를 뒤집어 놓은 모습. 싱글패스 방식이라고 듣긴 했지만 카트리지마다 감광드럼이 달려 있다는 점은 이채롭다.

카트리지들을 뽑아내고 나니 뼉다구만 남았다. 정착기 이외에는 딱히 수명을 논할 만한 부품이 남지 않고 기기 구조가 단순하다. 단순하다는 점은 견고함으로도 이어진다.
다시 돌아가 토너 카트리지의 아랫면을 보면,

각 토너의 색깔이 보이는 가느다란 부분이 디베롤러(deve roller)다. 디베롤러는 토너 통(hopper)에서 토너를 옮겨 매끈하게 생긴 감광드럼에 묻히는 역할을 한다.
이보다 구조가 복잡한 S사의 컬러 레이저 프린터를 쓰면서 기계적인 고장을 여러 번 경험했는데, 디베롤러의 손상이 발생할 때마다 수리비가 5만 얼마씩 깨지곤 했다. 그러나 HP CP1215라면 그와 같은 잔고장의 우려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통 20,000매 가량의 수명을 지니는 감광드럼이 2,000매 가량의 토너 카트리지에 일체화되어 있으니 이는 소모품 가격의 상승 요인이 된다. 탱크와 노즐이 일체화된 잉크 카트리지의 가격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착한 어린이는 토너 카트리지 아랫부분을 만지지 마시오, 라는 듯한 그림 안내. 이를 무시하고 만졌다가는 지갑에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프린터가 돈값은 하는지 어떤지를 살펴보자.

이미지 출력을 명령하자 수줍게 종이를 내민다. 출력면은 엎어져서 나온다.

3년 전 여름에 그린 이글루스땅 그림. 진짜 플레이스테이션용 소프트웨어는 아니고 흉내만 낸 패러디입니다.
출력 품질은 우수하다. 현재 시판되는 여타의 보급형 컬러 레이저 프린터들 중 HP가 자랑하는 이 컬러스피어™ 토너의 저력에 감히 맞설 상대는 없을 것 같다. 브로셔 등 고급 시안을 자주 제작해야 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위가 원본, 아래가 출력물. 입자를 관찰하기 위해 확대해보았다.
색의 3원색을 병치혼합하여 이미지를 묘사하는 것이 프린터의 기본 원리이다.
그러나 모니터 화면은 빛의 3원색으로 이미지를 묘사한다. 빛의 3원색 RGB(빨초파)를 색의 삼원색 CMY(파빨노)로 변환하는 이론적 공식은 단일하나, 아날로그의 세계에서 이를 실체화하는 방법은 다종다양하다. 때문에 경우에 따라 색상은 상이한 물성으로 구현된다.
이 경우 HP CP1215의 출력물은, 말하자면 원본에 비해 약간 어두운 특징(?)을 지닌다. 나쁘게 말하면 ‘색상의 왜곡’이라고 하겠으나 인쇄기치고 색상의 왜곡이 없는 경우란 흔치 않으니 그냥 ‘특징’이라고 해두자.
아마도 스파이더 같은 장비를 써서 화면의 색상을 캘리브레이션할 정도의 이미지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크게 염려치 않아도 될 만한 부분이다. 컨셉 아트나 레퍼런스 디자인을 출력하는 등 정확한 색재현력을 요하는 업무에서는 HP CP1215 같은 레이저 프린터보다 하이엔드급 잉크젯 프린터의 사용을 권한다.
이쯤에서 체험기를 요약해보자.
HP CP1215 컬러 레이저 프린터는? 저렴한 기기 가격. 그러나 다소 비싼 소모품 가격. 우수한 출력 품질. 기기 구조의 간결함에서 비롯되는 내구력. 이렇게 정리가 되겠다.
잉크젯 프린터에서 요구되는 정기적인 유지 보수(노즐 관리 등)에 일절 신경쓰고 싶지 않은 사용자, 고품질 인쇄물을 얻기 위해 장당 100원대의 비용을 지불할 여건이 되는 사용자, 인쇄 업무가 잦은 사용자에게는 대체로 HP CP1215가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아무튼, 당첨운이 없는 나에게까지 체험 상품이 걸려든 것으로 보건대 이 1,215대라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물량임이 틀림없다. 소정의 체험기를 게재하지 않으면 체험 상품을 압수한다니 어디 한번 먹은 만큼만 뱉어내볼까 한다.

생김새는 예쁘다. 자기 주장이 강하지도 않고 반대로 ‘나는 사무실용입니다’ 하는 것처럼 무뚝뚝하게 생겨먹지도 않았다. 부드러운 모서리 마감하며 제법 아기자기한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차마 ‘귀엽다’고는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덩치가 좀 자이언트하다.

이 녀석은 Canon의 PIXMA iP6000D. 잉크젯 프린터 가운데서는 헤비급 선수다. 처음 본 사람들은 “참 멋진 복합기로군요. 그런데 스캐닝은 어디로 하는 겁니까?”라고 묻던데 이 녀석은 복합기가 아니다. 복합기라고 오해받을 정도의 커다란 덩치. 과연 HP CP1215에 비하면 어떨까?

위에 올라탄 PIXMA iP6000D가 웅크려 있는 CP1215에게 “괜찮아 처음엔 다 그래 오빠 못 믿어?”라며 구스르는 것처럼 보이는가? 아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엄마 등에 업힌 아기’ 내지는 ‘고목나무의 매미’ 같다.
물론 컬러 레이저 프린터가 잉크젯 프린터와 크기를 비교당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원래 컬러 레이저 프린터라는 것은 냉장고라든지 세탁기와 같은 백색가전(……)들과 비교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HP CP1215는, 냉장고와 씨름해도 이길 것 같은 여타의 컬러 레이저 프린터들에 비해 나름 ‘초소형’이라고 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단순함을 곧 아름다움으로 여기는 사용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오는 전면부다. 유사 모델인 CP1518에 비하여 메모리 카드 슬롯이나 여러가지 버튼, 액정 화면 등이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다.



종이가 걸렸을 땐 등짝을 까면 된다. 이제는 종이가 걸려도 토너를 빼내고 이미징 유닛을 들어낸 다음 외과 의사처럼 뱃속을 휘적일 필요가 없다.



아가리를 열고 혓바닥을 잡아당기면 토너를 담은 서랍이 돌출된다. 이것을 열고 닫는 느낌은 자못 미래적이다. 부드럽게 미끌어져 나오고 찰칵하면서 경쾌하게 닫힌다.

앙각으로 본 혓바닥. 매끈한 감광드럼이 살짝 보인다.

각각의 토너 카트리지를 뒤집어 놓은 모습. 싱글패스 방식이라고 듣긴 했지만 카트리지마다 감광드럼이 달려 있다는 점은 이채롭다.

카트리지들을 뽑아내고 나니 뼉다구만 남았다. 정착기 이외에는 딱히 수명을 논할 만한 부품이 남지 않고 기기 구조가 단순하다. 단순하다는 점은 견고함으로도 이어진다.
다시 돌아가 토너 카트리지의 아랫면을 보면,

각 토너의 색깔이 보이는 가느다란 부분이 디베롤러(deve roller)다. 디베롤러는 토너 통(hopper)에서 토너를 옮겨 매끈하게 생긴 감광드럼에 묻히는 역할을 한다.
이보다 구조가 복잡한 S사의 컬러 레이저 프린터를 쓰면서 기계적인 고장을 여러 번 경험했는데, 디베롤러의 손상이 발생할 때마다 수리비가 5만 얼마씩 깨지곤 했다. 그러나 HP CP1215라면 그와 같은 잔고장의 우려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통 20,000매 가량의 수명을 지니는 감광드럼이 2,000매 가량의 토너 카트리지에 일체화되어 있으니 이는 소모품 가격의 상승 요인이 된다. 탱크와 노즐이 일체화된 잉크 카트리지의 가격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착한 어린이는 토너 카트리지 아랫부분을 만지지 마시오, 라는 듯한 그림 안내. 이를 무시하고 만졌다가는 지갑에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프린터가 돈값은 하는지 어떤지를 살펴보자.

이미지 출력을 명령하자 수줍게 종이를 내민다. 출력면은 엎어져서 나온다.

3년 전 여름에 그린 이글루스땅 그림. 진짜 플레이스테이션용 소프트웨어는 아니고 흉내만 낸 패러디입니다.
출력 품질은 우수하다. 현재 시판되는 여타의 보급형 컬러 레이저 프린터들 중 HP가 자랑하는 이 컬러스피어™ 토너의 저력에 감히 맞설 상대는 없을 것 같다. 브로셔 등 고급 시안을 자주 제작해야 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위가 원본, 아래가 출력물. 입자를 관찰하기 위해 확대해보았다.
색의 3원색을 병치혼합하여 이미지를 묘사하는 것이 프린터의 기본 원리이다.
그러나 모니터 화면은 빛의 3원색으로 이미지를 묘사한다. 빛의 3원색 RGB(빨초파)를 색의 삼원색 CMY(파빨노)로 변환하는 이론적 공식은 단일하나, 아날로그의 세계에서 이를 실체화하는 방법은 다종다양하다. 때문에 경우에 따라 색상은 상이한 물성으로 구현된다.
이 경우 HP CP1215의 출력물은, 말하자면 원본에 비해 약간 어두운 특징(?)을 지닌다. 나쁘게 말하면 ‘색상의 왜곡’이라고 하겠으나 인쇄기치고 색상의 왜곡이 없는 경우란 흔치 않으니 그냥 ‘특징’이라고 해두자.
아마도 스파이더 같은 장비를 써서 화면의 색상을 캘리브레이션할 정도의 이미지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크게 염려치 않아도 될 만한 부분이다. 컨셉 아트나 레퍼런스 디자인을 출력하는 등 정확한 색재현력을 요하는 업무에서는 HP CP1215 같은 레이저 프린터보다 하이엔드급 잉크젯 프린터의 사용을 권한다.
이쯤에서 체험기를 요약해보자.
HP CP1215 컬러 레이저 프린터는? 저렴한 기기 가격. 그러나 다소 비싼 소모품 가격. 우수한 출력 품질. 기기 구조의 간결함에서 비롯되는 내구력. 이렇게 정리가 되겠다.
잉크젯 프린터에서 요구되는 정기적인 유지 보수(노즐 관리 등)에 일절 신경쓰고 싶지 않은 사용자, 고품질 인쇄물을 얻기 위해 장당 100원대의 비용을 지불할 여건이 되는 사용자, 인쇄 업무가 잦은 사용자에게는 대체로 HP CP1215가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 by | 2008/09/17 13:00 | mono | 트랙백 | 덧글(29)




